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이어서 인도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 '아쇼카 모디'의 저서 india is broken (한국 번역명, 2개의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앞서 요즘 HOT한 인도, 제 2의 중국으로 불리던 인도가 왜 망가졌다고 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결국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독립 이후 '네루 총리'가 펼친 중화학 공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또한 기존 기득권이 가진 토지에 대한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기에 양극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보편적 교육인 초등교육은 등한시하고 고등교육에만 집중한 나머지, 14억 인구 중 일부 엘리트들만 혜택을 누릴 뿐이며, 사회 전체로 생산성을 갖춘, 저임금이지만 그 마저도 아까운 말 그대로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현실.
결국 경제는 정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힘든 제조업 보다, 정치와 결탁하는 산업으로
오늘날의 인도에 대해서 좀 듣다보면 상당히 지역분권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만, 초창기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네루 총리는 제법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제시하는 방향성에 이의제기를 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사실상 일당 독재체제로 '인도 국민당' 매우 중요한 시기였던 80년대까지를 거의 독차지했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아주 짧게 몇 년 '자나타당'의 인물들이 집권을 하던 적은 있었으나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초기 총리였던 네루의 딸인 '인드라 간디'가 2번이나 총리를 했으며, 그녀의 아들 '라지브 간디'까지 그녀를 이어서 총리를 맞았었죠.
어쩐지 일본이 떠오릅니다. 일본에는 정치도 세습이 된다고 하죠. 경제모델은 일본의 성공 모델을 따르지 않고, 요상하리만치 일본의 정치 모델은 따라한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그런 인도를 보고 고개를 쉽게 저을 수 없습니다.
인도 국민당은 독립운동의 상징인 마하마트 간디 시절부터 존재했었고, 어찌보면 그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 준 것이죠.
그러나 모든 것은 너무 지나치고 길면 썩는 법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라고 말씀드리며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정치환경 속에 총리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점차 커지게 되었고, 권력에 붙어서 잘 보이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문화가 점점 국가 전체에 퍼지며 고착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여서 물건 만드는 일보다 정치권과 결탁을 하여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건설업이나 개발업, 그리고 돈 놓고 돈 먹기의 금융업을 선호하게 됩니다.
저자인 '아쇼카 모디'씨는 IMF에서 일을 했던 사람으로 한국이 IMF를 어떤 식으로 벗어나는지 잘 보았으며, 한강의 기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이해도 큰 분이십니다. 그는 자신의 조국이었으며, 정체성인 인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한국이 누리는 지금의 지휘를 어쩌면 인도가 누려야 했을지 모른다고.
주인 없어? 그럼 내 거! with 권력
최준영 선생님은 이 책을 번역하면서 최근에 인도에 지어지는 휘황찬란한 건물들을 보며 남다른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지금 인도에 들어선 건물들을 보면 어떤 무슨무슨 개발지구로 건설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지형을 토대로 개발이 된다는 것이죠.
그냥 주인 없는 곳, 일종의 공공이 이용하던 하천을 매워버리고, 거기에 건물을 올린다는 것이죠. 단지, 관료와 결탁만 잘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죠. 번잡한 보상과정이라거나, 사업성 평가 같은 것 없이.
인도는 지금도 물 부족국가인데, 그렇게 공공재들이 사라지면 그곳을 이용하던 일반인들은 이제 물을 사 먹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딪히는 것이죠. 돈 있는 자는 더 돈을 쉽게 벌고, 돈 없는 자는 더 돈을 내어야 하는 아이러니.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닐 겁니다.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고착화된 인도 안의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부재,
끼리끼리 이득을 보고 거기에 대해서 공공 부문에 대해서 "야 나도 같이 나눠먹어"라고 숟가락 들고 덤비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게 되었다는 겁니다. 아쇼카 모디씨는 그래도 인도가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안타까움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간 것이 곳곳에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깨끗한 척해 봐야 손해 보고 바보가 되니, 어느 순간 나도 저 틈바구니에 끼어야 이익을 취하게 된다고 학습을 하게 되는 사회.
그렇게 욕을 먹는 한국의 재벌은 그래도 대부분 한국에 거주를 하시지만, 인도의 재벌들은 인도에서 살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사업장이 인도에 없는 경우들도 많다고 하죠.
의식 있는 지식인들도 이렇게 생각한답니다. 이 나라를 바꾸는 것보다 그냥 내가 옮기는 게 더 편하다. 그러니 점점 사회는 무지능의 영역으로 내팽개쳐져 있는 것이죠. 정말 저 역시도 그동안 오다가다 들었던 경제 관련 뉴스들 속에서 등장하는 인도와의 엄청난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마치, 지금 우리나라가 문재인 대통령 시절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며, 아직도 그 메달을 흔들고, K 콘텐츠, K 푸두둥 한국인의 위상을 이야기하지만, 그 안으로는 출생률 꼴찌라는 고질적인 문제하나 속에 깃들어 있는 여러 문제들.
물질적으로는 풍부해져 가지만 점점 옅어져 가는 공동체 의식, 어느 지역에는 어느 정당만 뽑는다가 되어 공천권만 가지고도 당연히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그런 그들에게 부흥하는 주권자들(?)
요가와 깨달음의 나라 인도가 이렇다고?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웃을 일 아니죠. 우리도. ㅎㅎ 아무튼. 현재 총리인 모디에 대해서도 결국 그다지 한 것이 없다는 게 요지입니다. 지금 인도는 그나마 남부 쪽에는 외국계 제조업들이 들어서서 발전을 해가고 있지만 북부는 엉망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모디 총리의 출신지인 구자라트 지방에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지만, 이 또한 말이 좋아서 개발이지 특혜라는 것이죠.
통합되지 못하는 나라
특히 인도는 자국사업 보호라는 명목으로 큰 배를 정박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가까운 스리랑카나 미얀마에 정박 후 작은 선박으로 다시 물건을 날라야 하니, 그 물류비 상승은 또 뭐겠습니까. 인도의 경제성장률로 발전하고 있다는데, 그럼 실업률이 줄었느냐는 거죠?
발표되는 실업률도 믿을 수 없는 것이 한 사람이 할 일을 여러 사람이 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미 없는 자격증 수준 밖에 되지 않는 학위를 위해 공부하는 인력들 등이 모두 지표에서 빠져있다는 겁니다.
거기에 힌두교를 앞세우며 종교적 해법으로 풀어가려는 것 또한 무척 모순된 것이, 사실상 힌두교라는 종교는 없다는 겁니다. 그냥 수없이 많은 종교가 있을 뿐이란 것이죠. 그리고 노골적으로 반 이슬람 주의를 내세움으로 해서 정치적으로는 지지를 받지만 사실상 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사이에 합법과 불법이 교묘하게 이용되어 가며, 여러 가지 포퓰리즘 적인 행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하는 것이죠. 거대한 매스게임 같은 것처럼 보고 있노라면 현실을 잊고 하나 된 듯한 벅차 오름을 느끼게 하는 거죠.
화폐개혁 역시 그런 퍼포먼스라고 평합니다. 화폐개혁이란 지나치게 고여있는 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목적이기에 속도감 있게 단행되어야 하는데, 이미 돈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준비할 시간과 정보를 주고 단행된 개혁은 오히려 고액권을 가지고 있던 그나마 미래를 준비해 가던 국민을 더 힘들게 했다는 거죠.
그리고 인도의 부가가치세라 불리는 GST (Goods and Services Tax)는 지역마다 따로 부가가 되기 때문에 이미 GST를 내었다는 증명서를 보여줘야만 다른 지방 정부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행정적인 불편함 역시 통합되지 않은 사회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과정이다 보니, 요즘과 같이 인도는 중앙정부와 이야기가 되었다고 해서 막상 사업을 하려고 가면, 다시 지방 정부와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절대로 중앙정부의 말만 믿고 인도시장에 뛰어들면 큰일 난다는 이야기는 저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정말 인도에 대해서 놀라운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되네요. 그냥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인도라는 나라가 대한민국과 대비해서 땅의 면적이나, 인구수를 고려할 때,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결국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합니다.
자 그럼 정말 인도란 나라는 못쓰는 것인가? 정말 깨져버린 것이며, 우리가 알던 인도와 다른가? 다음시간에는 그 해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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