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시는 법무법인 율촌의 '최준영'선생님께서 이번에 '두 개의 인도'라는 책을 번역하셨더군요. 손에 잡히는 경제 플러스에 나오셔서 하셨던 이야기를 토대로 인도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먼저 인도하면 제가 가장 인정하는 분은 '강성용'교수님이시죠. 거의 인도의 정치,경제,문화,종교 등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 분보다 아직 넓으면서도 깊이 아시는 분을 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강교수님이 했던 말 중에 딱 하나
인도의 뉴델리를 가보거나, 어느 한지역을 경험하고 '인도'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지마라.
인도라는 나라는 그 많은 크며, 다양하기에 어느 한 지역으로 인도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도의 중심이 되는 종교 힌두교는 다신교입니다. 물론 그 수많은 신들을 묶는 일종의 중앙화된 세계관이 존재합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각각의 종교가 별도로 있으며, 오히려 이것을 인도가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 표현한 것이 '힌두교'입니다.
힌두라는 말은 인도의 어원이기도 하죠. 본래 인도의 서북쪽 너머에 살던 아리아 민족들이 갠지스강에 사는 사람들 즉 강에 사는 사람들이라 하여 힌두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H 발음이 묵음이었다고 합니다. hindia에서 h가 묵음 처리되니 이것이 결국 INDIA가 된 것이죠.
그럼 힌두교라는 것은 결국 강에 살던 힌두사람들이 믿던 종교인 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속신앙 IS 힌두교인 것이죠. 그러나 힌두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무속신앙과 달리 아주 깊이가 있는 경전이 여럿이 있으며 그것이 힌두 사상의 기반이므로 상당한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 우파니샤드를 모두 읽어보고 정리까지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랬습니다. 저 또한 다신교라는 말 때문에 힌두교를 그리스 로마 신화나 우리나라의 무속신앙 같은 토탬적인 초기 종교정도로 치부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말씀을 드린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불교라고 부르는 종교는 사실 힌두교화 된 불교라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힌두교와 불교의 차이는 2% 정도입니다. 그만큼 석가모니 역시 불교를 만드는 데 있어서 힌두교적인 세계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속에서 약간의 차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종교로 거듭난 것입니다.
그중에 또 하나의 종교가 있으니 바로 자이나교이며, 오직 인도인들만 믿는 종교 중에 하나입니다. 불교는 사실상 힌두교를 바탕으로 자이나교를 거쳐서 재 탄생한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무려 2500년 전, 이 놀라운 인간적 사유에 도달할 만큼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철학을 가졌던 인도. 그 거대한 땅과 현재는 중국보다 인구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많은 지하자원과 과거 인도의 식민시절에도 그 어느 나라보다 인프라 투자를 많이 받았던 인도의 현재는 어떤가?
저자인 아쇼카 모디는 인도 출신 미국 경제학자십니다. 이름이 현재의 모디 총리와 같아서 잠시 착각을 할 정도였으나, 정확히 다른 분이십니다. (인도분들의 풀 네임까지 찾을 열정은 지금 안 생기니 총리님은 그냥 PASS)
한국판의 이름은 두 개의 인도이지만, 원서의 제목 india is broken이 책의 내용을 더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인도는 깨어졌다는 것이죠. 상당히 비관적인 시선입니다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나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 상식선에서 우리가 알던 인도
현재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5% 선입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모디' 총리가 집권하고 있으며, 최근의 선거에서도 다시 권력을 잡았다. 그리고 제2의 중국이라 불리며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먼저 최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의 수많은 IT 기업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들 중에 인도 출신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많은 교육 수준이 높고,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를 잘한다. 그래서 임금이 올라서 메리트가 적어진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제조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제가 알고 있는 인도의 근황이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들어가 보면 2023년 세계 인구는 1위 인도 14억 3천만 명 , 2위 중국 14억 1천만 명, 3위 미국 3억 3천만 명입니다. 정말 1,2위인 인도와 중국은 독보적이죠. 3위와의 괴리가 11억입니다.
◎ 왜 두 개의 인도인가?
먼저 한국 제목을 통해서 인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말해보겠습니다. 일단 5% 경제 성장률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앞서 상식선에서의 인도는 떠오르는 시장과 제조기지입니다. 그러나 그런 밝은 측면 뒤에는 놀랍도록 어두운 인도의 현실이 있다는 것이 저자인 아쇼카 모디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현재 장기집권중인 모디 총리에 대한 실랄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두개의 모디........아이쿠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현재 발표되고 있는 경제 성장률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현재 흘러가는 흐름을 볼 때 저런 성장수치가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고, 성장률 발표전에 지표들이 계속 변경되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마사지가 들어가고 있지 않나라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죠. 그럼 왜 인도는 실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제조업의 취약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이런 점에서 저자인 아쇼카 모디는 인도의 독립 이후 소위 '인도의 영웅, 위대한 독립투사'로 부르는 '네루 총리'에 대해서 실랄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인도는 경제의 방향을 경공업이 아닌 중화학 공업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겁니다. 사실상 경공업의 경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또한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생산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초창기 섬유 같은 경공업 위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차츰 힘이 갖추어졌을 때, 중화학 공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인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산업의 방향을 이런 모델로 잡았다는 것이죠. 특히 인도의 경우 일본과 무척 친했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경제발전 모델을 흉내를 내었다면 되었을 텐데, 결국 이러한 성장 모델 선정의 실수로 일자리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네루 총리가 복잡하고 디테일한 것까지 정책을 펼치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있었던 것 같아서 그저 이상적인 국가를 모델로 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그 넓은 땅과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양극화가 적은 나라들을 보면 제조업 강국들이 많다고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아야 중산층이 탄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의 허리가 튼튼해지는 것이죠. 결국 인도는 엄청난 부자들이 존재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토지개혁 실패와 초등교육의 부재
인도의 실업률은 생각이상으로 심각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째 실책인 '토지개혁의 실패'가 거론됩니다. 독립 이전부터 누려오던 기득권 층의 거센 저항이 있었고, 그런 토호세력들 앞에 정부가 개혁적인 생산요소 분배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득권이 정치권에 친출하게 되고, 이러한 개혁은 더더욱 어려워지는 것이죠. 결국 대부분의 인도 국민들에게 있어서 달라질 것이 없었던 거죠. 과연 그런 사회 속에서 (더구나 카스트 같은 신분제가 있는 나라에서) 개천에서 나는 용을 꿈꿀 수 있었을까요?
여기서 인도 국민들에 대한 교육 수준의 문제가 거론됩니다.. 물론 인도는 우수한 대학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IIT( Indian Institute of Science) 같은 대학의 경우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하며, 온 집안이 나서서 학생 한 명이 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죠.
그만큼 이 대학을 나오게 되면 외국계 회사에 취업도 가능하며, 연봉 수준이 달라진다고 할만합니다. 또한 미국의 실리콘 벨리에서 일하는 수많은 인도계 개발자들이 이 대학 출신들이라고 하죠. 문제는 바로 이것이라고 합니다.
인도의 고등교육 수준은 앞서 소개한 것처럼 대단한 학교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이 과연 인도에 남아서 인도를 위해 일하냐는 것에 대한 물음입니다. 또한 일부 엘리트들이 남는다 한들, 다수의 국민들의 교육 수준은 처참한 수준이라고 하죠.
실제로 학교에 가면 월급이 지급이 되고 있는데 선생님이 없는 경우들도 있을 만큼 초등교육의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합니다. 네루 총리는 초등교육은 등한시했으며, 오히려 고등교육에만 투자를 했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연구기간을 세우고, 대학을 만들었지만, 국민 대부분이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교육'인 초등교육에 대한 방치는 처참한 수준이었다는 것입니다. 월급은 나가는데 실제로 가면 선생님이 없다는 게... 이게 말이 됩니까? 그만큼 교육도 교육이지만 행정이나 관료적인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죠.
사람은 많으나 쓸만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 보니 막상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은 사실상 쓸만한 저임금 숙련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사람은 많으나 일을 시킬만한 교육수준의 사람이 없다. 그렇다보니 실제로 인도 내에서는 한 명이 할 만한 일을 두, 세 명이 놔눠서 한다고 합니다.
마치 10년 전 안전교육등을 받을 때, 주로 나오는 중국 사례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구는 많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그런 방식을 취했었죠.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렇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의 발전 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비교들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독립 이후 어떡하든 자식들 가르치려고 했었고, 국가의 기반이 되지 않으면 대학생들이 나서서 야학이라도 만들어서 교육을 하려고 했으나,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수한 인력들은 결국 인도가 아닌 해외로 유출이 되고, 기본적으로 인도에 아무리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고 하나 그 지식이 아래로까지 전파가 되지 않는 구조. 인도에서 키워진 인적 자원이 결국 인도를 떠나는 구조의 문제.
14억 인구 중에 극소수지만 한국인의 눈에 보일 때는 수많은 고급인력이 있어 보일 뿐, 알고 보면 보편적 교육의 실패로 인해서 인도 사람이 가진 생산성을 고려한다면 인건비 경쟁률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이 되는 이야기가 계속될 예정입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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