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이 말은 그리스어로 베일을 벗기다, 덮개를 열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영화라 하면 인류의 종말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그건 성경에서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요한게시록'이 바로 아포칼립스로 제목이 붙여졌기에, 결국 그 의미자체가 심판의 날, 멸망을 의미하게 된 것이죠.
영화 지옥2의 영어 제목은 Hellbound 2보다 오히려 Apocalypse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지옥 1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지옥 - 공포 마케팅이 불러오는 현실 속 지옥
지옥 1의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공포라는 것이 인간 세상에 가져오는 파급효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종교에 대해서도 묻게 되는 것이죠.
확인되지 않는 종교적인 신념들을 지옥 1에서는 만들어진 조작이라고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죄지은 자가 지옥에 간다라는 믿음에 일단 빅엿을 먹입니다.
사실상 지옥에서 일어나는 시연은 어떤 패턴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인간적 관점에서는 찾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사고 정도라고 해두는 게 편할 만큼 무작위입니다. 이것을 정진수는 '죄'라는 것과 연결을 시켰고, 그로 인해 세상을 지배할 종교적 허구를 창조시켰습니다.
지옥 1편이 종교에 대한, 혹은 이 사회에 대한, 또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이루어지는 생명보험과 같은 공포 마케팅들에 대해 그 진위여부와 그런 믿음으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 속의 지옥 같은 상황들을 잘 표현했죠.
그런데, 지옥 2는 그런 공포보다 오히려 실체가 드러난 공포를 이용하는 조직들의 선동에 더 촛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2. 지옥 2 1편 STORY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먼저 나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본 작을 제대로 즐기시려는 분들은 이 점을 주의해서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정진수 - 새진리회를 만든 장본인이며, 그 스스로도 시연을 당한 사람이죠. 하지만 그것을 철저히 숨겨서 '새 진리회'라는 종교를 통해 죄를 지으면 '시연'을 통해서 죽는다는 연결고리를 완성시킨 자입니다. (사실상 죽은 이후 지옥을 가는지 어디를 가는지는 모릅니다.)
* 정진수의 공포 VS 가치
지옥 2는 시작하자마자 정진수 의장이 시연에 대한 예고를 이미 오래전에 받음으로 인해 느꼈던 공포, 억울함등을 고백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세상을 구원하고자 했던 그의 가치도 보여주죠. 그리고 죽음.
그는 자신을 버린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정부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시연'에 대한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죽였던 사람의 입장까지 모두 직접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활하죠.
시연 이후 경험하는 세상을 지옥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것보다 어찌 보면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경험해 보는 기회를 가진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요? 그는 그렇게 어떤 사람에 의해 발견됩니다. 정진수 의장님을 제대로 알아보며,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어떤 사람을 통해서죠.
햇살반 선생 (오지원) -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정경석'이란 인물의 고지 내용과 죄를 비난하는 괴이한 분장을 한 햇살반 선생, 아직 그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화살촉 무리들을 선동합니다. 그리고 바람개비라고 알리는 화살촉의 방송담당이 문화평론가를 부르고 이 모든 것을 방송하죠.
그들은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희생한 부모의 재현을 하듯, 죄의 용서를 구한 사람(화살촉에게 스스로 죄인이라고 인정한 사람 = 용서를 구한자)을 구원하려는 행위를 합니다. 즉 스스로의 몸으로 시연을 막으려는 것이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경석이란 인물은 자신이 왜 죽어야하냐 말하죠. 즉 용서를 비는 자가 아닙니다. 그런 그를 구하겠다며 뛰어드는 모두 죽음을 맞이합니다. 결국 구원의 재현은 실패!. 햇살반 선생은 그 강렬한 출연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 문근영 씨의 이 연기는 너무 강렬했습니다. 그녀가 문근영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그냥 햇살반 선생 그 자체!
김정칠 의장 - 정진수가 만든 새 진리회의 우두머리. 그는 점점 줄어드는 신도와 화살촉 집단의 광기 어린 공격에 예전 같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찾아오는 한 여자 이수경.
정무수석 이수경 - 그녀는 종교가 좌지우지하게 된 현재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현합니다. 바로 김정칠에게 사기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구원 이후 화살촉은 새 진리회에서 발표한 해석을 베껴서 오히려 세력을 키운 것에 무척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무정부주의자들인 화살촉보다 관리 가능한 새 진리회 쪽이 질서를 잡기를 바라죠.
박정자 - 1편에서 돈을 받고 시연 장면을 방송하게 하여, 사실상 세상에 이 모든 시작을 알리게 한 여자, 이수경은 박정자의 부활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며, 그녀를 이용하라고 하죠.
진리와 신의 계시라는 김정철의 이야기에 이수경은 대폭소를 터트립니다. 사이비 교주 입에서 '진리'라는 말이 나온다는 역설, 사실상 조롱이죠. 화살촉과 같은 광기가 결국 힘을 주도한다는 것이죠. 통제가능한 이데올로기를 원하는 정부.
김정칠은 이수경에게 정진수의 시연 사실을 알립니다. (대외적으로는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연을 당한 사람의 부활한다면, 정진수 역시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죠.
진경훈 형사와 딸 희정 - 1편에서 정진수 의장의 시연을 지켰으며, 그의 침묵으로 이 모든 세상을 가능하게 동조한 사람. 그리고 그의 딸 희정 역시 정진수의 '정의로운 세상'이란 명분 앞에 같이 살인자를 화장시켜 마치 시연을 당한 것처럼 조작하는데 협력하죠.
* 시즌 2에서는 진희정 역은 1편과 다른 배우가 맞고 있습니다.현재 사진은 1편이며, 2편에서는 암에 걸려서 제대로 모습을 알아보기 조차 힘든 병약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지옥 1편에서 부모였던 '배영재, 송소현'은 그들의 아이의 시연을 몸으로 막으며 '구원' 이라는 또 다른 시연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데로 시연은 저승사자(?)들이 나와서 고지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며, 구원은 이것을 막아내어 시연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수많은 시연자들이 발생했지만, 오직 구원은 아이 1명이 전부이며, 화살촉은 이것을 재현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바칩니다. 그리고 죽었던 이들이 살아오는 상황.
지옥 시즌 2는 어떤 개인을 쫓아가면 본질에 대한 재미를 놓치기 쉽습니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사실 1편만큼 치밀하지도 못하며, 어떻게 보면 관객이 기대했던 이 모든 벌어지는 일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알려주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과연 현실속의 어떤 점을 반영하고 있을까요? 어떤 점이 우리와 이 이야기를 연결시켜 줄까요?
먼저 화살촉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편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던 유튜버, 그리고 그런 그를 추종하던 정도였다면, 2편에서는 거대한 조직으로 돌아온 존재. 그러나 이제 엄연히 하나의 Stream으로 새 진리회를 위협하고, 정부에서도 이들 존재가 제어 불가능한 상황까지 오고 있음을 알고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화살촉은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가지고 사회라는 구속을 벗어나 동물적 본능을 마음껏 뽐내는 무지성한 네티즌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플을 달고, 언론에서 쏟아내는 뉴스에 의존하여 상대를 공격하죠.
영화 속 화살촉 역시 그들의 신분을 알아볼 수 없게 화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성 언론이 던져준 뉴스와 그들 스스로가 재생산한 뉴스를 결합시켜 또 하나의 종교를 만들어 내죠.
지옥에서 보여주는 종교는 '신'과 무관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추종 같은 거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이 영화의 전반에 어떤 집단에 대한 돌려 까기가 있지만, 가장 지탄받아야 할 존재는 화살촉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신념은 정돈되지도 않았으며 품위를 갖추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과연 자연적인가요? 인간의 이성의 탈을 벗고 자연의 법칙에 따르고 있는가요? 결국 그들 역시 허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제도권을 흉내 내려 할 뿐입니다. 그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에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지요. 결국 가장 위선적이면서도 가장 폭력적인 집단이 화살촉입니다.
이건, 현재 인터넷에 활동하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죠. 누구나 가진 양면적인 얼굴. 익명성을 악용하는 순간 누구나 화살촉이 되어 결국 흉기가 됩니다.
이 모든 추종의 바탕에 깔린 것은 '정의'입니다. 화살촉도, 새 진리회도, 정부도, 그리고 진경훈 형사와 딸 희정도 - 모두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세상을 만들었죠.
그러나 그들의 믿음과는 달리 실제로 그들이 행한 행동은 어떠했나요? 정의와는 거리가 먼 광기, 파괴, 사기, 지배입니다. 그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과 가장 공감이 형성될, 어떻게 보면 보통 사람이 아마도 진경훈 형사일 것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는 방관자입니다. 방관을 넘어 사실상 그가 침묵함으로 인해서 지옥이 펼쳐진 것이죠.
1화에서는 도무지 이 사회에 희망이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인상을 주네요. 결국 이 모든 세상을 만든 책임자들이 모두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을 가지고 있죠.
자, 2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다음시간에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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